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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침의 시간] 진중권 칼럼

“12월 3일 국회에 있었더라도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말이다. 12·3 계엄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 말하면서 그 잘못을 바로잡는 행동은 하지 않겠단다. 이게 대체 무슨 얘기일까?   그의 말은 국민의힘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일견 높아 보이는 지지율은 강성 지지층의 결집으로 만들어진 것. 그러니 그들을 저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잘못된 계엄”의 결과로 치러지는 대선에서 그런 스탠스로는 가망이 없음을 자기들도 잘 안다.     문제는 ‘타이밍’인데,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 대선까지는 단 두 달. 그 시간 안에 지지자들의 눈을 과거에서 미래로 돌려놓은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분노와 증오로 뭉친 뜨거운 열정의 덩어리에 합리적 설득이 먹히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 경선 과정에서라도 노선을 전환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각 후보들은 일단 이기고 봐야 하니 경쟁적으로 강성 지지층의 정서에 편승하려 들 게다. 그렇게 무난하게 변침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배는 ‘무난하게’ 참패의 항구에 닿게 될 것이다.   주류인 국민의힘이 비주류인 자유통일당식 아스팔트 정치에 잡아먹혔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근본적 원인은 ‘경제적 양극화’. 좌절한 이들은 문제의 합리적 해결 대신에 감정적 해소를 추구하게 된다. 그래서 양쪽에서 극단적 세력이 설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미 레거시 미디어를 넘어선 대안 매체의 막강한 영향력이다. 조회수가 ‘깡패’인 동네에선 당연히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콘텐트가 범람할 수밖에. 12·3 계엄령은 유튜브 화면에서 튀어나온 쿠데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중산층(의식)의 소멸, 대안 미디어로 인한 공론장의 소멸은 어느 정도 국제적 현상이기도 하다. 거기에 한국 특유의 지역적 요인이 가세한다. 연이은 총선의 참패로 수도권 의원들이 멸종한 것도 국힘의 급속한 우경화를 초래했다.   국힘에선 장외집회 열기에 잔뜩 고무된 모양이다. 하지만 썰렁한 서울과 다른 대구의 열기는 역설적으로 그 당이 일개 지역정당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찬성 측을 압도했다는 광주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버스나 기차로 전국에서 몰려든 원정대였다. 집회 현장에 2030이 자주 눈에 띈다고? 그것은 정치활동보다는 일부 젊은이들이 ‘라방’(라이브 방송)으로 틈새시장 개척하는 경제 활동에 가깝다. 명문대의 탄핵 반대 집회? 외부 인원 제외하면 학생 중 탄핵에 찬성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이 열기가 그저 ‘거품’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소추되고 기소되었다. 계엄의 책임, 그 문제는 일단락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이끈 공범, 이재명과 민주당의 책임을 묻는 것 아니겠는가.   이 분노는 지극히 정당하다. 계엄 사태의 이상적 해법은 그것을 초래한 ‘극단적 대립의 정치’ 자체를 청산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국힘은 그 정당한 분노를 탄핵의 기각이라는 전혀 가망 없는 목표로 돌려놓았다.   그래 봤자 탄핵은 인용되고, 대선은 시작된다.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그리하여 6:4의 비율로 탄핵을 원하는 민심이 반대 여론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과연 ‘탄핵 반대’를 외치던 후보가 얼굴이나 제대로 내밀겠는가?   그나마 가망이 있는 것은 계엄 반대와 탄핵 찬성의 입장으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한 후보들이다. 설사 그런 후보를 세워도 힘든 판인데, 강경한 분위기의 여당에선 그런 후보들조차 경선 통과가 쉽지 않다. 이게 유튜브 정치의 후유증이다. 민주당에선 벌써 중도보수로 외연을 확장하는데, 국힘은 ‘기각’이라는 허망한 목표에 집착해 진도를 못 나가고 있다. ‘대선’ 얘기를 꺼냈다가는 “부모님이 멀쩡하게 살아 계시는데 제사상 준비하는 후레자식”이라고 욕까지 먹는다. 탄핵에 반대하는 국힘의 정치인들은 정말 탄핵에 반대하는 걸까? 그들에게 진정성이 있다면, ‘부당한’ 탄핵의 결과로 치러지는 ‘부당한’ 대선은 마땅히 보이콧해야 한다. 상 치를 자리에서 잔치판 벌이는 ‘후레자식’이 아니라면 말이다.   어차피 국힘의 후보 경선이 시작되면 탄핵 찬성 후보와 탄핵 반대 후보들 사이에 일전이 벌어질 게다. 항로를 벗어난 배의 침로를 바꿔야 하는데, 감정의 관성에 편승한 이들이 쥔 키를 억지로 돌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대통령 후보경선은 결국 여당이라는 큰 배의 조타수를 뽑는 선거다. 다가올 대선의 결과가 거기에 걸려 있고, 펼쳐질 보수의 미래도 거기에 걸려 있는데, 변침의 지점을 많이 지나쳐 결과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대선에선 보수층은 대선의 승리를 위해 30대 대표를 선출하는 파격을 보여주었다. 지금은 어떨까? 분노와 증오와 혐오의 감정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그런 전략적 선택을 할 온건 보수층이 과연 남아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진중권 / 광운대 교수변침의 시간 진중권 칼럼 장외집회 열기 일개 지역정당 계엄 해제

2025-02-26

계엄 선포→포고령→국회 해제요구…긴박했던 155분

윤석열 대통령이 3일(한국시간) 밤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하고 국회가 4일 새벽 ‘무효’를 선언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55분이었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5분께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여러 대통령실 참모조차 모른 채 극비리에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선포 한 시간 만에 계엄 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할 계엄사령부가 설치됐고,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다.   박 총장은 오후 11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표했다.   계엄이 선포되자 사정기관은 물론 각급 부처에 ‘비상 대기’와 ‘긴급 소집령’이 떨어졌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전국 지방 시도청장에게 정위치 근무하라고 지시했고, 서울지방경찰청은 4일 오전 1시부로 산하 31개 경찰서에 ‘을호비상’을 발령했다. 을호비상은 경찰 비상근무 중 2번째로 높은 단계다.   이처럼 군·경이 긴박하게 움직이는 사이, 여의도에선 계엄을 해제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후 11시께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했다.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인 국회 표결을 위해서다.   계엄 해제를 요구하기 위한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 찬성’을 위해선 최소 150명의 국회의원이 시급하게 본회의장에 모여야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일제히 의원들에게 “국회로 모이라”고 공지했다.   비슷한 시각, 국회에 진입하려는 의원·보좌진과 계엄군 간의 대치가 벌어졌다.   이미 경찰이 국회의사당 정문과 측문을 막은 상태에서 많은 여야 의원은 담을 넘어 본청에 진입했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보인 국회의원은 4일 0시쯤 약 60명이었지만,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들어간 1시께에는 의결정족수를 넘은 190명으로 늘었다.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까지 깨고 건물에 진입한 상황에서 의원들은 우 의장에게 “빨리 상정해 표결하라”고 고성으로 항의했으나, 우 의장은 “국회가 정한 절차에 오류가 없도록 진행해야 한다”며 10여분간 안건 상정을 기다리기도 했다.   결국 표결에 참여한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계엄 선포 155분 만에 가결됐다.   계엄군은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자 국회에서 철수했지만,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공식 선포한 뒤에도 국회에 머무르고 있다.   [연합뉴스]해제요구 포고령 비상계엄 선포 계엄사령부 포고령 계엄 해제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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